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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가 좌담]"변별 위한 공정성 집착…'학습자 성장' 본질 되찾자"

관리자 hit 662 date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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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판단력·협업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어·수학 등 기초과목 비중 높여야"
"객관식 줄이고 논술·서술형 늘려라", "교사 믿고 출제·평가권 인정해 줘야"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오예진 김예나 기자 = 2019년 교육계에는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난 10월 취임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미래교육위원회와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 '경쟁교육·서열화' 중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과 미래형 교실모델 구축,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 등 기존에 거론된 과제도 첩첩산중이다.

갈림길에 선 우리 교육의 좌표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김병찬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의 사회로 이양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 학교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대한수학회 회장),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좌담했다. 좌담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기초교과목 교육이 약화하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지금과 같은 평가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한 "단순 암기보다는 사고력·판단력, 경쟁보다는 협업이 중요해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해야 한다"며 "'학습자의 성장'이라는 교육의 본질을 되찾자"고 입을 모았다.

교육 정책에 교사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평가에서 서술·논술형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다.

▲ 김병찬(이하 김)

= 각 분야 교육 전문가분들이 모였다. 현재 우리 교육과정 문제부터 짚어보자.

- 하병수(이하 하)

=초등학교만 보면 국·영·수가 41%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 50% 정도다. 자세하게 세부 과목별로 보면 우리는 국어가 전체 비중의 21% 정도인데, OECD는 25%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언어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어 단위 수가 더 높아야 한다. 우리는 국어 교육 비중이 상대적으로 왜소하고 영어가 더 중시되는 측면이 있다. 유치원 방과 후 교육 이런 정책을 보면 영어 조기 교육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OECD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지점이 흔들리고 있다.

-이향숙(이하 이향)

= 대한수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최근 수능에서 '기하'가 빠지는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기하, 통계 이런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기초과목이다. 1997년 (교육과정) 적정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20년 동안 학습량이 감축되고 난이도가 하향 조정됐다. 현재 학생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수학·과학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 난이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취약해졌다고 느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학·과학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육부에서 이를 제대로 진단해서 앞으로 교육과정 개편, 수능 개편에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학계의 생각이다.

- 이양락(이하 이양)

= OECD나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TIMMS)를 보면 우리가 (경쟁력이) 매년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더 문제다.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1~2등이지만 중학교 가서 떨어진다. 고등학교 3학년은 더 떨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학생들 탓이 아니라 제도 문제다. 예를 들어 공대를 가고 싶으면 당연히 물리를 공부해야 하는데, 물리 1, 2가 있으면 우리는 물리 2 선택비율이 1.3% 정도다. 반면 일본은 이 비율이 23%다. 일본에서는 물리 1을 선택하려면 두 과목을 택하게 돼 있고, 대학에서도 특정 과목을 선택하도록 요구한다. 동경대 물리학과를 가려면 물리 2를 선택해야 하는 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 과목이나 가져오라 하면, 생물학을 공부하고 건축학과에 간다. 그러면 따라갈 수가 없다. 대학에서 가르치면 된다고 하지만 발달 단계에서 그 시기에 못 배우면 결국 못 배우는 게 있다. 수학, 과학도 고등학교 때 끝내야 한다.

▲김

= 교육 문제 중 평가도 큰 문제다.

- 이향

= 우리 평가 방식은 학생들이 같은 문제 반복하는 걸 유발하고, 암기, 주입식 교육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가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수학자로서 수학이나 과학 입장에서 보면 단답형, 사지·오지선다 형식은 사고력 계발이나 논리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이다. 배움이 먼저지만, 평가 방향을 어떻게 가이드하느냐가 배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 하

= 우리나라 교사들 다양한 수업 방식 고민하지만, 지금 수능 체제에서는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서 공정성이 중요시 되기 때문에 논술·서술형 도입할 수 없다. 평가의 본질적인 목표인 학습자의 성장이 사라지고, 변별을 위한 공정성만 남아 정책 변화를 도출하기 어렵다.

- 이향

=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경우 서술형 평가를 해도 객관적으로 답을 비교할 수 있다. 서술·논술형도 논리가 있고, 중요 키워드 위주로 평가하면 된다. 개인 주관에 따라 채점하는 게 아니다. 객관식은 학생이 모르거나 실수를 해서 틀리면 0점, 아니면 만점이다. 그런데 서술·논술형은 10점 만점에 8점도, 3점도 받을 수 있다. 학생의 성취감 향상, 흥미도 재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윤

= 동의한다. 프랑스 바칼로레아는 황당한 질문에 대해 수천 자 쓰도록 하는데 주관적이니 객관적 시험으로 인정 못 한다고 하면 작동이 안 된다. 객관성 담보하려면 외국에서는 어떻게 해오고 있는지 검토하고 교사들이 노력할 수 있도록 가야 한다는 점에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정해야 한다. 주관성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객관성 확보할 방안 찾아가야 우리 아이들의 배움이 의미 있는 배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이양

= 모든 입시 제도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는 아직 신뢰가 부족하다. 프랑스는 전문가 판단을 믿는다. 독일은 시를 읽고 평론가 관점에서 평론하라는 15점짜리 문제를 낸다. 2명이 채점을 하는데 (점수) 차이가 별로 안 난다고 한다. 핀란드는 반은 주관식, 반은 객관식이다. 공정성을 이유로 한 객관식 남용을 줄여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객관식 완전히 없애고, 중학교에서도 점진적으로, 몇 년 내 50% 이상 (객관식을) 쓰지 말게 하고, 고등학교도 그렇게 하고, 수능에서도 앞으로 객관식을 몇 프로로 조절하겠다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서서히 줄이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 김

=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육 토론회에도 가보면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라 숙명여고 사태처럼 일탈한 사례를 들어 문제 삼는다. 많은 선생님이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하는데, 일탈 사례를 가지고 공격을 해서 전체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공정성 논의가 왜 이렇게 형성되었을까.

- 윤

=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따라 평판, 사회적 대우, 이후 삶의 영향이 연결된 상황에서는 점수의 문제, 점수의 공정함에 대한 집착 버릴 수 없다. 대입에서 촘촘한 점수로 아이들 선발하는 시스템 무너뜨리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교사에 대한 불신은 단지 시험지를 유출하고 이런 일탈 행위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점수가 높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대우하고, 낮으면 차별받는다는 의식이 대나무 뿌리처럼 굳건하다.

▲ 김

= 그렇다면 우리가 교육에서 무엇을 개선하고 방향을 잡아야 할까? 윤 대표는 아이들 삶에 대해, 돌파구를 어떻게 보나?

- 윤

= 우리 아이들이 교과서를 갖고 정해진 교육과정 내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 자체가 깨져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이 어릴 때 보면 성장 과정에 맞춰서 자기 능력을 스스로 갖춘다. 엎어지고, 걷고, 균형을 잡으려고 두 팔을 이래저래 움직이고, 균형을 잡고 나면 물건을 들고 씩씩하게 걷는다. 인간의 안에 있는 것이 나오게 하는 게 교육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자발적으로 찾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류

= 그래서 OECD에서는 학생을 무엇을 가르치는 대상이 아니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대상, 주체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강하고 미래 교육을 이야기할 때도 주도성을 강조한다. 아이들 학교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 내버려뒀을 때 굉장히 다르다고 한다. 온라인상에서 게임도 많이 하지만, 예전 어른들에게 배웠던 것과 무관하게 거기서 사회화를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지식 교류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 배울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 이향

= 프랑스 바칼로레아나 독일 아비투어를 보면 큰 주제가 자연, 인간, 철학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던지더라. 일반 학생들이 이러한 심오한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쓸 수 있는 역량을 본다. 대학에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지만, 사회에 나와 시민으로 살아갈 역량을 보는 것이다. 우리도 그런 점에서 학교 현장 교육이 일반 시민으로서 지적 역량을 갖춘, 읽기, 쓰기, 토론하기, 자기 생각 표현하기와 같은 기본 역량을 갖춘 시민 양성에 초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 미래 한국 교육,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까. 못다 한 말 자유롭게 해달라.

- 하

= 4차 산업이 교육 담론을 주도하는 상황인데, 세계화 담론 때처럼 경쟁력 교육이 중시되는 등 경제적 요구에 따라 학교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가장 본질적인 교육이 밀린다. 예컨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창의, 융합 인재'라는 부분이 있는데 구호만 있다. 사회적 요구가 필터링 없이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교사가 수업 집행자로 전락하는 게 아니라 교육과정 입안자, 평가 정책의 입안자가 되어야 한다. 실제 수능과 같은 국가고사 출제자를 교사로 할 때 여러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양

= 교사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우리나라 교사 수준 전 세계 1위다. 초등 교사 되려면 (성적) 상위 5%, 중등도 30% 이상이다. 못 믿을 이유가 없다. 핀란드도 상위 30%가 교사 되는데, 우리 (교사들)보다 우수한 사람들이 아니다.

- 류

= 지금까지는 개별 경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집단 지성, 협업이 중요하고 이러한 가치는 개인으로서는 안되는 게 많다. 미래 사회에서 예측할 수 없는 문제에 부닥쳐서 해결하려면 한 사람은 안 된다. 똑똑한 한 사람이 플랫폼은 만들 수 있지만,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집단 지성, 개인의 산술적 합이 아니라 새로운 것 만들어 낼 수 있는 의사소통, 이해관계 조정할 수 있는 타협 능력도 중요하다.

- 윤

= 결국,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필요한 역량이 학교에서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계가 많은 것을 하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맞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반성이 나온다. 이를 변화의 지렛대로 삼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가장 핵심적인 역량은 의사소통, 협업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일맥상통하게 가야 한다.

- 이향

= 3주 전 베이징대에 다녀왔는데 중국의 성장을 느꼈다. 무서울 정도의 성장이다. 경쟁력이라는 부분은 국가 경쟁력을 말하는데, 이는 결국 사람이 이루는 부분이다. 교육과정을 거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미래 세대 아이들은 글로벌 세상에서 살아야 하기에 경쟁력을 교육 속에서 체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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